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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례와 가례

가신신앙(家神信仰)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입니다

 

점복신앙에 이어 이번엔 가신신앙에 대해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그저 재미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신신앙은 집 가(家) 자를 써서 집안에 관련된 신(神)들입니다. 예전의 가옥구조를 보면 대청마루 중앙에 세워져 있는 큰 대들보가 있습니다. 집안 전체의 뼈대를 이루고 큰 틀의 건물을 지켜주는 신, 바로 성주(城主) 신입니다. 집도 하나의 성(城)으로 봤던 시각입니다. 

 

지금은 장례식장을 통해 장사를 치릅니다만, 예전엔 모두 집에서 장사를 치렀습니다. 지금의 장례식장에서 꽃장식이 설치된 제단, 이곳을 영좌(靈座)라고 하며 고인을 모신 곳을 말합니다. 발인날이 되어 집밖으로 나가기 전 집안의 동서남북 곳곳에 관의 앞을 내려 성주신께 인사를 드리며 나왔습니다. '그간 잘 보살펴줘 고맙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조왕(竈王) 신, 우리 어머니들의 생활공간이었던 바로 부엌을 지켜주는 수호신입니다. '부뚜막에 걸터앉지 말아라'라는 금기도 있습니다. 부엌은 필시 불(火)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집안의 무운을 비는 곳이라 여겨지며, 불씨란 본디 집안 계승의 상징을 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끝으로 가마솥에는 정화수(정안수) 한 그릇이 늘 놓여 있어야 했습니다.

 

삼신(三神), 즉 삼신할머니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자손번성과 생산의 의미입니다.

 

철륭(靑龍) 신, 당산철륭이라하여, 집안을 지켜주는 장독대의 수호신입니다. 장독대의 위치가 집의 뒤뜰에 위치했고, 산 자락의 줄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생기게 된 까닭으로 보입니다. 가신신앙의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무협지의 제목 같습니다만, 지금도 우리 어머니들께서는 장독대의 독은 항상 정결하게 유지 관리하셨으며 그 노력으로 가족의 안위를 신께 빌었던 곳입니다. 유교사회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지위가 없었기에 가족을 향한 염원과 정성은 그야말로 우리네 어머니들의 독립된 기도공간이었던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측(厠) 신, 네, 화장실 귀신입니다. 예전엔 화장실을 변소 혹은 측간, 뒷간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생활사가 바뀌어 실내에 있습니다만, 그때의 화장실은 주거공간과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처갓집과 측간은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저 역시 화장실에 갈 땐 혼자서는 도무지 갈 수가 없었습니다. 측간에 사는 귀신을 변소귀신, 각시귀신이라고 합니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하는 그 귀신입니다. 이 각시귀신은 언제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세고 있었다고 하며, 소리 없이 화장실 문을 열면 그 숫자를 잊어먹기 일 수여서 그런 사람을 해코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쓰러지면 아주 안 좋은 결과가 생긴다고 하며, (외부 온도의 차이로 인한 신체적 변화겠지요.)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처녀귀신에게 미리 알려, 놀라지 않도록 헛기침을 한 두 번 하고 들어갔던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물질로 보이는 모든 것에 신의 정령(精靈)이 있다고 믿었으며, 오로지 길흉화복과 가족의 안위를 신께 빌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건 정성과 염원에서 나온 우리네 선조들과 함께한 인고(忍苦)의 생활사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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