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물어갑니다.
오늘은 입관할 때 고인에게 입히는 수의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수의(壽衣)는 망자 혹은 죽은 자에게 입히는 옷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무한을 상징하는 불교의 만자(卍)에서 유래한 목숨의 '수(壽)'와 옷의 '의(衣)'를 합친 말입니다. 우리는 수의를 입혀야만 예를 갖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수의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으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빈소에서 수의 문제로 유족분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장사치의 마음이라면 '가장 좋은 수의를 입혀야 한다'라고 말씀드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조언하지 않습니다. 고인께서 평소에 좋아하시고 자주 입으셨던 옷을 입혀드리는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고인께 꼭 해드려야 하는 규범이나 예의의 범주에 벗어나는 것도 아니니, 그저 편안히 '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세요'라고 덧붙여 말씀을 전합니다.
최근 환경적인 이유로 관과 수의를 한지로 제작하고 있지만, 비용이 높아 쉽게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화장을 할 경우에는 고가의 수의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화장용 수의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매장을 할 경우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인 육탈(肉脫)에 대비하여 좋은 품질(땅속에서 분해가 잘 되는)의 수의를 입혀 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 길어졌습니다.
이 가을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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